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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사람/일상에서 만남

헌책방 주인 아저씨

햇살과산책 2007. 5. 2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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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을 처음 접하는건 대체로 중고등학교 시절에 참고서나 교재등을 좀더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독서를 좀더 진지하게 접근하는 분들도 많은 애용을 하실겁니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진입하면서 헌책방 주인과의 모종의 신경전과 귀한책을 주인이 인지못했을때에 헐값으로 구입할때의 기쁨같은 것들은 사라지는 형국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어제 집근처 공원에 놀러갔다 길거리에 주욱 늘어선 헌책들을 보고 몇권 구입했는데 주인아저씨와 이야기하다보니 오프라인 매장은 없다고 하시더군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노점상처럼 장사를 하신다고 합니다.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헌책방 순례기가 떠올라 적어봅니다.

20살 무렵 점심값 아껴서 책사던 시절이 기억납니다. 백수시절 할일없이 교보문고에서 종로서적으로(영풍문고 생기기 이전입니다) 조금 쉬다 다시 을지서적으로 흘러흘러 태평서적으로 눈으로 가득채우다 오래된 판본이 이전가격으로 있던것들을 한두권 구입하거나 다시 집근처 동대문 헌책방을 순례하던 것을 일주일에 몇번씩 반복하던 시절...  지금생각하면 도서관을 활용하지 못한것이 미련스럽게 느껴지나 우리나라 환경이 도서관을 애용하기에 걸리적거리는 몇가지 문제와 집에서 가까운 곳이 없어 헤매던 때였습니다.

동대문 헌책방을 뒤져뒤져 한두권 손에쥐고 신당동 집으로 한달음에 달려가던 때...
동대문의 헌책방 주인들은 구입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닳고닳아 많은 신경전을 펼치야 했는데 주인아저씨들이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책보는 안목이 있습니다.

제대하고는 집근처 청구초등학교앞에 헌책방을 자주갔습니다.
이곳 주인아저씨는 시골에서 올라오신듯한 느낌을 주는분이었는데 헌책방을 들어가서 분류가 정확치 않은곳은 가끔씩 대어를 낚을수도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곳이 그럴 개연성이 높은 곳이었습니다. 가끔 주인 아주머니가 있으면 한두권 사가지고 나오다 주인아저씨의 넉넉한 마음씀씀이에 쇼핑백으로 두세개 들고 나오던 기억이 납니다.
주위에 장충동 부촌에서 트럭으로 쓸려나올때가 있는 곳이라 가끔씩 대어들을 낚기도 했는데 60년대에 나온 서정주의 시집이나 김광섭의 성북동비둘기 초판본 시집과, 구하기 힘들었던 현영학의 종교관련 서적이라던지, 하길종의 영화관련 산문집(나중에 자세히보니 이책은 복사한것 이었습니다)이나 말만듣고 서점에서도 구경하지 못했던 김영승의 시집 차에실려가는 차를 구입했을때는 흥분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주인아저씨가 소탈한 동시에 조금은 소심한(비싸게 부르면 안살지도 모른다는 판단을 하리라는 내 머리속의 상상)편이라 이것저것 사이에 끼워넣어 아주 만족할만한 가격에 구입했었습니다. 어찌보면 알면서도 속아주는 것일지도...

그후에 어릴적부터 살던 수원으로 갔습니다.
수원에는 대지서점이란 오래된 헌책방이 있습니다. 이곳은 학생들의 교재위주라 학창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갔었지만 제가 원하는 방향의 책들은 많지 않았고 그옆 골목에 조그만 서점이 있었는데 그곳 주인의 컬렉션은 문고본이 많았습니다. 집에 가다가 들르는 코스였습니다.
그러다 수원 종로에 오복서점이란 곳을 우연히 알게되었는데 이곳은 엄밀히 말하면 헌책방이라기보다 재고서적을 반정도 가격에 파는 곳이었습니다. 지금은 모르겠습니다.
이곳 주인아저씨는 발이 넓은듯, 아쉬운것은 몇번 이야기를 했었지만 매장이 아닌 아저씨의 책창고에 가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한달에 두세번씩 몇년을 들락거렸는데 서점에서 눈팅만하던 대우학술총서, 범양사의 신과학 관련 서적과 잡지,90년대 초중반을 풍미하던 문화관련 서적과 문화과학같은 잡지류, 거저얻다시피한 철이 조금지난 문학잡지과 소설책, 한경에서 나온 피터드러커의 저술, 거의 망했던 청하출판사에서 나온 여러종류의 책등등 혹시나 새로운것이 들어오지 않았을까(마주치지는 않았지만 저와 비슷한 경쟁자가 몇명 있던걸로 기억합니다) 노심초사 하면서 자주갔던 기억이 납니다.

검색해보니 이주인 아저씨는 한겨레신문에 나온적 이 있습니다.
사진을 보니 아주 반갑습니다.

한겨레신문기사 - [헌책방순례│오복서점] 좋은 사람들 만나는 게 제일 행복…

인터넷 헌책방 오복서점

제가 자주가던때가 95년부터 97년까지니까 인터넷이란것은 일상에 없던 시절입니다.
시간나면 한번 찾아가 봐야겠네요..
갈때마다 주인아저씨랑 차한잔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지금같은 마음의 여유가 없고 일체의 생활들이 오로지 자신에게만 투영되던 20대시절이라 좀더 깊이있게 인간적인 대화를 적게한것이 후회되기는 합니다.
한가지 사실은 마음의 여유와 경제적 여유는 비례하지 않습니다.

그다음에는 홍대앞에서 살았는데(이사도 참 많이 다녔지요. 지금 묘사된건 약과입니다) 이곳 헌책방들은 미술과 예술관련 책들이 많고 나름대로 정리가 아주 잘된곳이라 책값 흥정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런 화집이나 해외 예술잡지등은 주로 사는 책들이 아니라 자주 가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컴퓨터를 주로 다루는 직업을 가진뒤로는 신촌이나 서강대 앞에있는 컴퓨터관련책을 반값에 파는곳을 자주갔습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네요.
바빠진 일상에다 결혼하고 아이낳은 후에는 이때처럼 한나절씩 서점에서 씨름할수 없게되어 아쉽지만..
아이가 가져다주는 축복을 대신할것은 이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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